라 마시아가 이끈 스페인,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우승!
#1. 스페인의 올림픽 남자 축구 금메달
한국 시간으로 2024년 8월 10일, 새벽 1시부터 시작된 프랑스와의 결승전 경기에서 스페인이 연장전 혈투 끝에 5: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스페인은 EURO 2024와 올림픽 남자 축구를 연달아 우승하며 무적함대의 귀환을 알렸다.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페르민 로페즈.
지난 시즌(2023-24) FC 바르셀로나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페르민 로페즈는 EURO 2024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여 우승을 맛본 우승팀의 일원. 그러나 페르민 로페즈 개인으로서는 출전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하며 벤치를 채우는 역할에 만족해야했다.
▶ EURO 2024를 우승한 스페인 국가대표팀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sefutbol 에 올라온 위 사진에서도 페르민 로페즈(25번)의 비중은 매우 미미한 수준(ㅠㅠ).
페드리가 부상 당한 이후에도 다니 올모가 지속적으로 출전하고, 페란 토레스 등(아무리봐도 페란보다는 페르민이 낫다)에 밀려 교체 출전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페르민 로페즈는 파리 올림픽에서 대회를 부수기 시작했다.
▶ EURO 2024 우승 트로피를 든 페르민 로페즈
스페인을 금메달로 이끈 페르민 로페즈의 파리 올림픽 최종 개인 스탯은 6골 1어시스트.
페르민 로페즈는 파리 올림픽을 통해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스페인 선수 중 최다 득점자가 되었으며(종전 최다 5골, Kiko Narvaez), 올림픽과 EURO 2024를 함께한 동료 알렉스 바에나와 함께 같은 해 EURO와 올림픽 금메달을 동시에 거머쥔 최초의 선수로 남게 되었다.
▶ 축구의 역사가 된 알렉스 바에나(왼쪽)와 페르민 로페즈(오른쪽)
#2. 또 다른 라 마시아
스페인에 금메달을 선물한 페르민 로페즈. 공격형 미드필더, 세컨 스트라이커에 가까웠던 그의 뒤를 받친 대부분의 선수들은 페르민 로페즈와 같은 뿌리를 지닌 선수들이었다.
크루이프가 만들어내고 메시의 축구 서사가 시작된 곳, 라 마시아(La Masia).
FC 바르셀로나의 유스팀의 철학, 그리고 유스팀 그 자체를 일컫는 라 마시아(농장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는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를 메시와 함께 키워낸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갖췄다고 평가 받아왔다.
그러나 가비(Gavi), 안수 파티(Ansu Fati) 등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라 마시아에서 콜업(유스팀에서 바르셀로나 1군팀으로 이동)되어 1군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는 거의 전무했고, FC 바르셀로나는 선수 풀을 메우느라 대단히 많은 비용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메시,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가 한 유스팀에서 동시대에 등장한 것이 대단히 이례적).
2023-24 시즌 시작 후 FC 바르셀로나의 감독 사비 에르난데스는 부족한 공격력을 메꾸기 위해 유스팀에서 라민 야말(Lamine Yamal)을, 부상으로 신음하던 수비진을 메꾸기 위해 파우 쿠바르시(Pau Cubarsi)를 유스팀에서 콜업했고 2007년생의 듀오는 FC 바르셀로나의 주전으로 자리잡기에 차고 넘치는 재능을 선보였다.
▶ 라 마시아 출신의 센터백 듀오, 파우 쿠바르시(왼쪽)와 에릭 가르시아(오른쪽)
FC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에 혜성같이 등장한 파우 쿠바르시는 데뷔 후 리그에서 수위급으로 평가 받는 센터백 자원이 되어 2023-24 시즌 라리가에서 19경기, 챔피언스리그에서 3경기를 소화하기에 이른다.
특히 나폴리와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16강 2차전)에서는 파우 쿠바르시는 9개의 정확한 롱볼 패스를 위시한 89.7%의 패스 성공률, 5개의 볼 리커버리, 1개의 키패스 등을 기록하는 동시에 빅터 오시멘을 묶어내며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 후 파우 쿠바르시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데뷔하였으나, EURO 2024 최종명단에서는 아쉽게 하차 후 올림픽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파우 쿠바르시는 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는 라 마시아 출신의 센터백 에릭 가르시아와 함께 센터백 듀오를 이뤘다.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다소 아쉬운 활약을 선보였으나 결승전에서는 블락 6회, 클리어링을 무려 14회를 기록하며 스페인의 금메달에 결정적 공헌을 해냈다.
▶ FOTMOB,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전 수비 스탯
사실 스페인의 결승전 선발 라인업에는 라 마시아 출신의 선수들이 몇 명 더 자리하고 있었다.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아르나우 테나스, 왼쪽 풀백 후안 미란다, 우측 윙어 세르히오 고메즈, 센터 포워드 아벨 루이스 역시 라 마시아가 키워낸 자원.
스페인의 선발 선수 11명 중 무려 7명이 라 마시아를 거친 선수들로 구성되어 금메달을 쟁취해냈다는 사실은 라 마시아의 꽃이 다시 향기를 뿜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전 스페인 국가대표팀 선발 명단 vs 프랑스
메시와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등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라 마시아의 풍성한 자원들 이후 2020년대에 가비(Gavi)가 새롭게 등장하기까지 스페인과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라 마시아의 흉작에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EURO 2024로 인한 휴식기를 가진 라민 야말(Lamine Yamal)을 주축으로 한 페르민 로페즈, 파우 쿠바르시 등 라 마시아 출신 선수들이 유럽과 세계 축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라 마시아와 축구사에 매우 뜻 깊은 사건이 될 지도 모른다.
라 마시아에서 십 수년을 보낸 그들의 축구 인생은 이제 막 시작 되었으며, 그들이 쟁취할 영광의 순간들이 차고 넘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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